▲ 황중곤 ⓒ KPGA

[스포티비뉴스=임정우 기자] 황중곤(25, 혼마)이 감정을 억누르고 참았던 인내의 결과는 달콤했다.

황중곤은 25일 경남 양산에 위치한 에이원 컨트리클럽(파 72)에서 막을 내린 한국 남자 프로 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60회 KPGA 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원)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60주년을 맞은 KPGA 선수권 대회는 경기 막판까지 우승자를 알 수 없었다. 이번 대회 마지막 날 챔피언조가 9번 홀에 들어섰을 때 공동 선두에 7명이 이름을 올리며 승부의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갔다.

챔피언 조가 10번 홀로 넘어가면서부터 우승자의 윤곽이 드러났다. 가장 먼저 치고 나온 선수는 이형준이다. 이형준은 12번 홀부터 15번 홀까지 연속 버디를 낚아채며 우승 경쟁에서 앞서갔다.

하지만 황중곤의 반격이 시작됐다. 황중곤은 9번 홀 이글을 시작으로 13번 홀과 14번 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이형준을 무섭게 추격했다.

황중곤이 따라붙자 이형준이 흔들렸다. 이형준은 16번 홀과 18번 홀에서 보기를 적어내며 주춤했다. 황중곤은 어렵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황중곤은 17번 홀에서 결정적인 버디를 낚아채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황중곤은 침착하게 마지막 18번 홀을 마무리했고 1타 차 짜릿한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황중곤은 2014년 매일유업 오픈 이후 약 3년 만에 승수를 추가하며 KPGA 코리안 투어 2승을 달성했다. 일본 프로 골프 투어(JGTO)에서의 우승을 포함한다면 통산 5승째를 올리게 됐다.

#우승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통산 5승을 올린 황중곤에게 이번 우승이 주는 의미는 크다. 한국에서는 2014년 매일유업 오픈, 일본에서는 2015년 카시오 월드 오픈 이후 정상에 오르지 못한 황중곤은 KPGA 선수권을 통해 1년 넘게 이어되던 무승 고리를 끊게 됐다.

또한 황중곤은 이번 대회 ‘역전 우승’을 통해 지난 4월 JGTO 파나소닉 오픈 역전패의 아픔을 지우게 됐다. 황중곤은 올 시즌 4월에 열린 파나소닉 오픈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로 출발했지만 뒷심 부족으로 3위에 머물렀다. 우승이 나오지 않아 조급함을 느끼던 황중곤은 KPGA 선수권 정상에 오르며 우승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했다.

▲ 황중곤 ⓒ KPGA

#CJ컵

오랜 만에 우승의 맛을 느낀 황중곤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황중곤이 새롭게 설정한 목표는 한국에서 열리는 미국 프로 골프(PGA) 투어 CJ컵 상위권 진입과 JGTO 메이저 대회 우승 타이틀이다. 황중곤은 KPGA 선수권 우승으로 PGA 투어 CJ컵에 직행할 수 있는 티켓을 얻었지만 출전 자체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CJ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욕심을 표현했다.

황중곤은 “CJ컵 출전 자체만으로 설렌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PGA 투어 대회 출전인 만큼 열심히 준비할 생각이다”며 “HSBC 챔피언십과 디 오픈을 경험한 만큼 이번에는 예전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PGA 투어 대회에서도 황중곤이라는 이름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이야기했다.

#PGA

황중곤의 골프 인생 최종 종착점은 어디일까. 그가 최종 목적지로 생각하고 있는 곳은 PGA 투어다. 황중곤은 어린 시절부터 PGA 투어 진출을 꿈꿔왔지만 미국 무대에 바로 뛰어들지않고 한국과 일본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다.

한국과 일본에서 골프 영역을 확장한 황중곤은 이제 어엿한 7년차 투어 프로로 성장했다. 황중곤은 한국과 일본에서 5승을 차지했고 메이저 대회 US 오픈과 디 오픈을 경험하기도 했다.

큰 무대를 경험할수록 PGA 투어 진출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황중곤은 섣불리 미국 무대에 도전하지 못했다. 군대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황중곤은 “PGA 투어에 진짜 가고 싶다. 하지만 지금 당장 미국에 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다. 일단 내년까지는 한국과 일본 투어에 집중할 것이다”면서 “군대를 전역한 뒤에 본격적으로 미국 진출을 노려볼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목표로 해왔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군대

황중곤은 올 시즌 초까지만 해도 2017년을 마친 뒤 바로 입대를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군 대입 계획을 2019년 초로 수정됐다. 황중곤이 확실하게 시드를 받고 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는 “군 입대 계획을 수정했다. 원래 올 시즌을 끝나고 군대를 가려 했지만 2018 시즌을 마친 뒤 군 입대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확실하게 시드를 보장받은 뒤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황중곤은 2017년 목표를 한국과 일본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정했다. 메이저 대회가 일반 대회보다 더 큰 상금과 명예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5년 시드가 주어지는 것을 생각해서다. 

황중곤은 KPGA 선수권 우승으로 KPGA 코리안투어 5년 시드를 받으며 1차 목표를 달성했다. 황중곤은 남은 시즌 일본에서 2차 목표인 메이저 대회 우승에 도전한다.

▲ 황중곤 ⓒ KPGA

#가족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던 황중곤은 어렵게 일본 투어 생활을 이어갔다. 황중곤이 일본에서 우승을 하고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호텔에서 자는 것이었다. 

컨디션이 중요한 프로 골퍼들에게 호텔에서 편안하게 쉬고 잠을 자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하지만 당시 황중곤에게 호텔방은 사치였다. 

그는 "늘 호텔이 아닌 가장 싼 모텔을 찾아다녔다.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고 돌아본 황중곤은 "사실 처음 일본에 갔을 때에는 자동차를 빌릴 돈도 없어 지하철을 타고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식비도 하루하루 계산해야 했다"고 돌아봤다.

그래도 버틸 수 있는 힘은 '가족'이었다. 풍족하지는 않아도 가족들은 황중곤이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아버지 황병원씨는 아들이 골프를 할 수 있게 퇴직금을 건네주기도 했다.

황중곤은 "가족의 희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가족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며 ”일본에서의 생활이 외롭고 힘들었지만 가족을 생각하면서 버텼다. 아버지와 어머니, 형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 황중곤 ⓒ 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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