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원 수준의 대한축구협회 예산을 임기 내 2000~3000억원 원으로 올려 놓겠다"
[스포티비뉴스=스포츠팀] 정몽규 회장이 2013년 52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하며 꺼낸 공약이다. 현실은 정몽규 회장 취임 후 예산이 800억원 대로 떨어졌고, 스폰서 역시 줄었다. 한국 축구의 운명을 책임지는 대한축구협회는 구멍난 풍선처럼 규모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한두 개가 아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히고 설켜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은 대한축구협회 뿐이라는 점이다. 명확한 비전과 확실한 결단, 실행이 없다면 모두가 앞으로 가는 상황에서 한국축구는 사실상 뒷걸음질인 제자리걸음을 할 것이다. 그 혁신적인 결정은 정몽규 회장만 할 수 있다.
5년 전인 2013년으로 돌아가 보자. 정몽규 회장이 후보로 출마해 꺼낸 공약은 많은 축구인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국제경쟁력 향상 ▲축구문화 향상 ▲축구 인프라 향상 ▲축구인들의 다양한 일자리 창출 ▲소통과 화합으로 축구계 통합까지 모든 것이 장밋빛 미래였다. 하지만 그 장미꽃은 꽃봉오리를 터뜨리지 못했다.
◆ 말뿐인 공약, ‘3000억’은 허구였다
“협회 예산이 1200억원에 달한다고 하지만 그것도 모자라다고 생각한다. 2000억원이 되어도 계속 모자랄 것이다. 비용을 효율성과 장기적인 목표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 제가 협회장을 맡는다면 축구산업 자체를 키우는 것이 가장 큰 일이 될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은 저보다 축구인들이 더 잘할 것이다. 축구산업을 키우는 것이 차기 축구협회장이 해야 할 가장 큰 일이라 생각된다."
정몽규 회장은 이 말로 대의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국 결선 투표에서 15표를 받아 1차 투표에서 1위를 달리던 허승표 회장을 6표 차이로 넘고 대권을 잡았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임기 첫 해 1235억원 예산은 2014년 891억원으로 줄었다. 2015년에는 774억원까지 내려갔다. 2016년은 839억원, 2017년 798억원,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있는 2018년에는 비교적 많은 975억이다. 아무리 그래도 3000억원은커녕 정몽규 회장 체제에서 1000억 원을 넘지 못했다.
물론 협회도 할 말은 있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14년부터 예산 수립방식을 변경했다. 과거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받아 프로축구연맹에 주는 스포츠토토 수익금, 축구발전적립금, 잉여금 등을 협회 예산에 모두 포함시켰다. 그러나 2014년부터는 오롯이 대한축구협회가 그 해 직접 집행하는 금액만을 기준으로 예산을 산정하고 있다”면서 “정몽규 회장 취임 이후 협회 예산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소폭 늘어났다고 봐야 한다. 산정 방식으로 인한 차이 때문에 마치 예산이 줄어든 것처럼 오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아무리 그래도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정몽규 회장이 53대 회장으로 연임할 때도 이 이야기도 나왔다. 당시 그는 “중계방송이 더 많아야 하는데 현재 축구 문화는 많은 팬들이 즐기는 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승패만 따진다. 축구를 축제로 만들고 모든 이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모든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모든 걸 쏟아내면 팬들도 즐긴다. 상업적인 중계권도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국가대표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점도 초중학교에서 똑같이 일어난다. 이런 게 발전된다면 앞으로 4년 안에 상당히 좋은 환경이 될 것”이라며 선수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 한쪽 날개 꺾인 한국축구, K리그 외면하는 협회
한국축구는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라는 두 개의 큰 날개로 비행한다. 두 날개가 균형을 이뤄야 멀리 날아갈 수 있다. 하지만 한쪽으로 기운 모양새다. 어쩌면 한 자리에서 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축구계 한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협회가 K리그 발전을 위해 뭘 하는지 모르겠다. K리그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결정할 때는 대표 팀이 1번이다. 조기 소집, 일정 변경 등 해달라고만 한다. 이제 중계도 몇 매체가 안하면 없다. 오히려 K리그가 중계사에 제작비를 대면서 한다. K리그가 잘되기 위해서는 수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예전에는 A매치 중계를 위해 K리그 중계가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이제 지상파 사람들을 만나보면 K리그는 할 필요가 없고, 대표팀만 하면 된다는 분위기다.”
K리그 중계가 살아야 궁극적으로 한국 축구가 산다. 하지만 한국은 반대다. 오직 대표팀 경기만 중요하고 K리그는 뒷전이다.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협회가 나서야 하지만 가장 바빠야 하는 협회는 뒷짐만 지고 있다. 정몽규 회장 부임 후 발표한 구상 중 하나인 '통합 마케팅(A매치 중계권 계약에 K리그 중계 의무 조항을 삽입한 마케팅 방안)'은 이미 실패로 돌아섰다. 이제는 A매치와 K리그 중계권 계약을 따로 두고 독자적인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협회의 변화가 한국축구가 앞으로 가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협회는 공무원 같은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다. 새롭게 도전하는 것이 없다. 대부분 직원들은 임기제인 회장과 달리 쭉 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 같다. 3000억을 벌려면 회장 한 명이 아니라 조직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 회장 한 명의 원맨쇼보다 조직 전체가 소통하고 자가발전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회장은 목표를 제시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짜고, 동기를 부여하고, 조직의 체질을 바꾸고, 성과를 내는 진정한 의미의 경영자가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줄어드는 스폰서, 들쑥날쑥 손익,작아지는 한국축구
협회는 지난 2006년 무려 14개 기업을 스폰서로 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들은 협회를 떠났다. 2015년에는 11개, 2016년에는 9개까지 줄었지만 2018년에는 10개로 근소하게 증가했다. 기업들이 한국축구를 외면하는 건 이번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월드컵을 앞뒀지만 흔히 이야기하는 월드컵 분위기는 나지 않았다. 기업들이 돈을 쓸만한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협회는 스폰서가 줄었지만 수익은 늘었다고 설명한다. 협회는 "후원사 숫자는 몇년 전보다 줄었지만 후원금 수익은 2013년 279억원에서 2017년 329억으로 오히려 50억 이상 증가했다. 이는 후원사별 후원금액이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의 브랜드 가치에 대한 후원사들의 평가가 지속적으로 향상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축구의 브랜드 가치가 향상됐다는 말에는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현재 협회와 손을 잡은 스폰서는 나이키, KEB하나은행, KT, 네이버, 교보생명, 현대자동차, 아시아나항공, 코카콜라, 롯데주류, 넥슨까지 총 10개사다. KEB하나은행과 넥슨은 2022년까지 계약이 돼 있고 롯데주류는 2021년 계약이 종료된다. 나이키를 포함한 대부분 기업과 계약이 2019년이면 종료된다. 한국축구가 침체기인 상황에서 기업들이 매력을 느낄 수 없는 협회와 재계약을 할지는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
손실도 들쑥날쑥이다. 협회 홈페이지 결산에 따르면 2010년 105억 9200만원(이익), 2011년 50억 3200만원(이익), 2012년 39억 3700만원(손실), 2013년 19억 7100만원(이익), 2014년 11억 2,000만원(이익), 2015년 111억 5000만원(손실), 2016년 34억 1200만원(손실), 2017년 19억 9800만원(이익)이다.
*대한축구협회 후원사 현황
스포티비뉴스 스포츠팀(류재규, 한준, 정형근, 박주성, 조형애, 김도곤, 유현태,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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