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제주, 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배정호, 김태홍 기자] 한국 골퍼들이 국내 유일의 미국 프로 골프(PGA) 투어 대회 THE CJ CUP 첫 날 선전했다. 또한 '거물 신인' 임성재(20, CJ대한통운)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웹닷컴 투어 3관왕을 달성했다.

PGA 투어 THE CJ CUP 2회 대회가 18일 개막했다. 1라운드에는 예상대로 거센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이날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린 이는 체즈 리비(미국, 4언더파 68타)였다. 2008년 RBC 캐네디언 오픈에서 유일하게 우승을 거둔 그는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단독 선두에 나섰다.

한국 선수들의 선전도 돋보였다. 김시우(23, CJ대한통운)는 이날 버디 6개 보기 한 개 더블보기 한 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로 대니 윌렛(잉글랜드)과 공동 2위에 올랐다. 안병훈(27, CJ대한통운)은 2언더파 70타를 기록하며 공동 4위 그룹을 형성했다.

▲ THE CJ CUP 1라운드에서 티샷을 치고 있는 김시우 ⓒ 제주, 곽혜미 기자

현재 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 가운데 쌍두마차를 꼽는다면 단연 김시우와 안병훈이다. 안병훈은 올해 페덱스컵 순위에서 42위를 차지했다.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다. 그는 올해 RBC 캐네디언 오픈에서 준우승했다. 아쉽게 PGA 투어 첫 승을 놓쳤지만 4번 10위권에 진입하며 페덱스컵 42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시우는 PGA 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으로 나섰다. 지난해에는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올해는 3번째 우승을 달성하지 못했고 톱10 진입은 한 번에 그쳤다. 여러모로 아쉬운 시즌을 보낸 김시우는 THE CJ CUP 첫날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김시우의 출발은 좋지 못했다. 그는 2번 홀(파3)에서 더블보기를 범했다. 그러나 3번 홀(파5)과 6번 홀(파3)에서 버디를 잡으며 이를 만회했다. 이후 버디 4개와 보기 한 개를 치며 3언더파를 기록했다. 특히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을 때는 갤러리들의 함성이 터졌다.

국내 팬들의 갈채 속에 경기를 치른 김시우는 "프로 데뷔를 미국에서 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는 아직 우승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열리는 PGA 투어에서 우승한다면 저나 팬들에게 정말 좋은 일이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쳐서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THE CJ CUP 1라운드에서 다음 홀로 이동하는 안병훈 ⓒ 제주, 곽혜미 기자

안병훈은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어서 어려운 경기였다"고 털어놓았다. 이번 대회 최대 관건인 강풍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매홀 한샷, 한샷에 집중했다. 시작부터 퍼팅까지 바람이 영향을 줘서 힘들었다. 전체적으로 어려웠지만 큰 실수가 없었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김시우는 라운드 초반에 나온 실수를 침착하게 극복했다. 후반 라운드로 갈수록 집중력이 돋보였다. 안병훈은 경기 내내 큰 실수를 피하며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김시우와 안병훈만큼 큰 주목을 받은 이는 임성재였다. 그는 1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를 치며 '디펜딩 챔피언' 저스틴 토머스(미국) 등과 공동 33위에 자리했다.

임성재는 비록 대회 첫 날 언더파를 치지 못했지만 뜻깊은 날을 맞이했다.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 올해의 선수상과 신인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이미 상금왕까지 거머쥔 그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웹닷컴 투어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특히 임성재는 토마스와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와 같은 조에서 경기를 펼쳤다. 이제 1부 투어인 PGA 투어에 데뷔한 임성재에게는 파격적인 일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워낙 유명한 선수와 함께 쳐서 긴장을 많이 했다. 초반에는 잘 하지 못했는데 점점 시간이 흐르며 적응했고 후반에는 집중력이 살아났다"고 밝혔다.

▲ THE CJ CUP 1라운드에서 티샷을 친 뒤 볼을 바라보는 임성재 ⓒ 제주, 곽혜미 기자

이날 우승 후보 토마스와 켑카 등은 강풍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장타보다 퍼팅에 영향을 줬다. 이날 상당수 선수들은 퍼팅할 때 제대로 되지 않은 듯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회 첫날 제주도 클럽 나인브릿지에는 최대초속 12m의 강풍이 불었다. 악조건 속에서 단독 선두에 나선 리비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공략 지점을 자세하게 살폈다"며 공략법을 설명했다. 그는 "러프를 피하고 페어웨이를 지키는 데 집중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이븐파도 좋은 성적이라고 생각했다. 최대한 보기를 피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악조건 속에서 한국 선수들은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김시우와 안병훈은 1라운드에서 5위권 안에 진입했다. 여기에 임성재는 웹닷컴 투어 3관왕에 오르는 뜻깊은 날일 맞이했다. 그동안 한국 남자 골프 선수들은 여자 골프의 위상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 남자 골프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타수 차는 크지 않고 남은 라운드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또 장타와 정교함을 모두 갖춘 정상급 골퍼들은 언제든지 치고 올라올 기량이 있다.

승부의 관건은 마지막 날까지 멈추지 않을 강풍이다. 김시우는 "많이 부는 바람 속에서 무너지지 않고 버텨서 결과가 좋았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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