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제주, 취재 조영준 기자, 영상 배정호 김태홍 기자] "(임성재와 같은 조에서 경기를 했는데)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볼 스트라이킹이 좋았는데 쇼트게임은 조금 아쉬웠어요. 본인이 원하는 대호 되지 않았던 거 같은데 저도 첫날 그랬습니다. 재능이 많고 좋은 선수라 투어에서 오래 뛸 것 같습니다."

올해 메이저 대회에서만 두 번 우승했던 브룩스 켑카(미국)가 임성재(20, CJ대한통운)를 칭찬했다. 켑카는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 THE CJ CUP에 처음 출전했다. 그는 미국 프로 골프(PGA) 투어에서 4번 우승했다. 이 가운데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가 3개다. 지난해와 올해 US오픈에서 2년 연속 우승했고 지난 8월 2017~2018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 브룩스 켑카(왼쪽)와 임성재 ⓒ 제주, 곽혜미 기자

이런 성과는 미국 프로 골프 협회(PGA of America)와 PGA 투어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상으로 이어졌다. 최고의 한 해를 보낸 그는 2018~2019 시즌 세 번째 대회인 THE CJ CUP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켑카는 '디펜딩 챔피언'인 저스틴 토마스(미국)와 우승 후보로 꼽혔다. '메이저 대회 사냥꾼' 답게 굵직한 대회에서 강했던 그는 총상금 950만 달러(약 107억2천만 원)가 걸린 THE CJ CUP에서 선전하고 있다.

1라운드에서 켑카는 제주도의 강풍에 고전했다. 그러나 19일 열린 2라운드에서는 바람이 약해졌다. 강풍의 위협이 조금 사그라들자 그는 자신의 기량을 발휘했다.

켑카는 18일 열린 1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에 그치며 공동 11위에 자리했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 그는 이글 한 개 버디 6개 보기 한 개를 묶어 7타를 줄였다. 중간 합계 8언더파 136타를 적어 낸 켑카는 단독 2위로 뛰어 올랐다. 9언더파 135타로 단독 선두에 오른 스콧 피어시(미국)와 타수 차는 한 타다.

▲ 브룩스 켑카 ⓒ 제주, 곽혜미 기자

켑카는 이번 대회에서 400야드가 넘는 장타를 선보였다. 여기에 아이언샷과 퍼팅도 살아나며 7언더파를 기록했다.

경기를 마친 켑카는 "2라운드에서는 정말 잘 쳤다. 다만 9번 홀 샷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퍼팅도 잘되고 아이언도 꾸준하게 좋은 샷이 나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은 3, 4라운드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 그는 "지금의 경기력을 유지하면 된다. 샷감도 좋고 퍼팅도 잘 되고 있다. 다만 바람이 계속 잠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켑카는 1, 2라운드에서 함께 경기한 임성재에 대한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토마스와 켑카는 경쟁자인 동시에 절친한 친구 사이다. 정상급 골퍼 틈에서 경기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자칫 위축될 수 있었던 분위기였지만 임성재는 시간이 흐르며 평정심을 찾았다.

임성재는 2라운드에서 한 타를 줄이며 중간 합계 이븐파 144타로 공동 30위에 올랐다. 2라운드에서 2언더파 142타로 공동 15위에 오른 김시우(23)와 강성훈(31, 이상 CJ대한통운)을 제외한 나머지 한국 선수들은 부진했다. 바람이 약해지면서 힘과 정교함을 앞세운 정상급 골퍼들은 대폭 순위를 끌어 올렸다.

▲ 임성재 ⓒ 제주, 곽혜미 기자

반면 대회 첫날 공동 4위에 올랐던 안병훈(27, CJ대한통운)은 2라운드에서 5타를 잃으며 공동 62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4위를 차지했던 김민휘(26, CJ대한통운)는 최하위권인 공동 74위에 그쳤다. 공동 74위부터 최하위인 78위까지 포진된 이들은 모두 한국 선수들이다.

1라운드에서 한국 선수들은 세계적인 골퍼들과 경쟁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난 뒤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임성재는 2라운드까지 이븐파를 기록하며 상위권으로 도약할 불씨를 살렸다. 특히 그는 이번 대회 기간 중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 올해의 선수상과 신인상을 받으며 크게 주목받았다.

켑카는 임성재에게 칭찬은 물론 조언도 남겼다. 그는 "임성재는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다만 쇼트 게임은 조금 아쉬웠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던 거 같은데 나도 1라운드에서는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 THE CJ CUP 대회에서 웹닷컴 투어 올해의 선수상과 신인상을 수상한 임성재(오른쪽) ⓒ 제주, 곽혜미 기자

이어 "그는 재능이 많고 유망한 선수다. 투어에서 오래 뛸 것 같다"고 칭찬했다.

임성재도 300야드가 넘는 장타를 구사한다. 정상급 선수들과 비교해 드라이브 평균 거리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또 어린 나이답지 않게 정신력이 강하고 적응력도 뛰어나다. 그러나 가능성이 풍부한 스무 살 청년이 수많은 경험을 쌓으며 걸어가야 할 길은 아직 까마득하다.

임성재의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이번 THE CJ CUP의 볼거리 가운데 하나다. 켑카와 동반 플레이를 하며 귀중한 경험을 쌓은 임성재는 "켑카는 초반에 많이 흔들렸지만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멘탈이 정말 강하고 기복도 적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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