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덤보' 전인지(22, 하이트진로)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루키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 본격적으로 미국 여자 프로 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신인상과 최소타수상을 받았다. 신인상과 최소타수상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베어 트로피를 동시에 거머쥔 것은 1978년 낸시 로페스(미국) 이후 38년 만이다.

여자 골프의 전설 로페스 이후 신인 2관왕에 오른 그는 9월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전인지는 이 대회에서 최종 합계 21언더파 263타로 우승했다. 이 기록은 남녀 통틀어 메이저 대회 사상 최소타다.

그리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에 성공했다. 22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그는 "(올해 목표는) 올림픽에 나가는 것과 신인상을 받는 것이었다. 두 가지 모두를 이뤘고 베어 트로피까지 받아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 인천국제공항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전인지 ⓒ 한희재 기자

연이은 준우승, 우승의 발판으로 생각하고 전진

전인지는 지난해 LPGA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에 초청 선수 자격으로 출전했다. LPGA 메이저 대회 가운데 최고 권위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날개를 활짝 폈다.

올 시즌 처음 출전한 LPGA 투어인 코테스 골프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올랐다.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인 그는 혼다 LPGA 타일랜드와 ANA인스피레이션, 롯데 챔피언십에서 연속 준우승했다.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점은 아쉬웠다. 전인지는 "시즌 초반 우승이 나오지 않고 준우승만 했다.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승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는 아쉬워하는 분들도 많았다. 이 점이 부담됐지만 팀원과 부모님들이 지지해 주셨고 이러한 것이 하모니를 이뤘다"고 덧붙였다.

부상으로 고생한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전인지는 7월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 공동 8위, 8월 캐나디안 퍼시픽 여자오픈에서 3위에 오르며 부활했다. 9월 에비앙 오픈에서 메이저 대회 역대 최소타 기록을 세운 그는 시즌 정점에 올랐다.

전인지는 올 시즌 LPGA 투어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7위에 오르며 시즌을 마쳤다. 전인지는 올 시즌 평균 타수 69.583타를 기록하며 리디아 고(19, 뉴질랜드, 한국 이름 고보경, 69.596타)를 근소하게 따돌리고 최소타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 대회에서 리디아 고와 경쟁한 점에 대해 전인지는 "리디아 고 선수와 몇 타 차인지 알고 경기를 시작했다. 초반 경기가 안 풀렸다. 바람이 많이 불고 그린도 단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반에는 부담을 털기 위해 노력했다. 리디아와 저 둘 다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서 후반 라운드로 들어가기 전 제가 먼저 다가가 파이팅 하자고 하이파이브를 했다"고 덧붙였다.

▲ 2016년 LPGA 신인상과 최소타수상을 받고 금의환향한 전인지 ⓒ 한희재 기자

세계 랭킹 3위로 시즌 마감, 기대되는 내년 시즌

전인지는 "올 시즌 부상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한국에 돌아온 뒤 "완치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올 시즌 남은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다.

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해외파와 KLPGA에서 뛰는 국내파가 맞붙는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25일 개막)에 전인지는 불참한다. 시즌을 마친 전인지의 새로운 목표는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다.

전인지는 고려대학교 국제스포츠학부에 재학하고 있다. 그는 "(학교 생활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수업도 듣고 시험도 보면서 학생의 본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꾸준하게 좋은 성적을 올린 전인지는 LPGA 랭킹 3위로 시즌을 마쳤다.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다. 그는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와 올해의 선수상을 확정 지은 아리야 쭈타누깐(태국, 세계 랭킹 2위)의 뒤를 이었다.

리디아 고는 남녀 골프 역사를 하나둘씩 갈아 치우고 있다. 리디아 고의 독주 속에 쭈타누깐이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골프 신동' 브룩 헨더슨(캐나다)의 성장 속도도 만만치 않다.

내년 LPGA에는 KLPGA를 대표하는 장타자 박성현(23, 넵스)이 데뷔한다. 전인지와 박성현은 리디아 고, 쭈타누깐, 헨더슨과 각종 대회 우승은 물론 최소타수 경쟁에 나선다. 

이들의 경쟁은 내년 시즌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인지는 아직 내년 시즌에 대한 목표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우선은 좋은 경기력의 밑바탕인 건강한 몸을 만들겠다는 것이 그의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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