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우올림픽에서 황희찬(왼쪽)이 살세도와 공을 다투고 있다. 살세도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도 나선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중남미 축구에 늘 약했던 한국이 이번 월드컵에서 멕시코를 만나는데 과연 승점을 챙길 수 있을까.

한국 축구 대표 팀이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2번째로 맞붙을 상대는 바로 이른바 '북중미 축구'의 패자라고 불리는 멕시코다. 멕시코는 지역적으론 북중미에 속하지만, 스타일로 따지자면 남미에 더 가깝다. 한국은 한 수 위 개인기를 갖춘 '중남미' 팀들에 언제나 고전했다.

축구는 11대 11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국지적으로 보면 1대1의 싸움이다. 공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고 개인기가 좋은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한다면 조직적으로 다져놓은 수비도 조금씩 흔들리기 마련이다. 투지로 맞선다고 해도 떨어지는 체력 속에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중남미 선수들은 높은 기술적 수준으로 승패를 결정지을 차이를 만들기도 한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당시만 해도 네덜란드에서 활약하던 루이스 수아레스(FC바르셀로나)는 누구도 막을 수 없을 환상적인 감아차기로 한국에 결승 골을 뽑아내기도 했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중남미 팀을 6번 만났다. 상대했던 팀들은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와 2번씩, 그리고 멕시코와 볼리비아를 1번씩 상대했다. 결과는 1무 5패. 1994년 남미에서도 약체로 꼽히는 볼리비아를 상대로 0-0으로 비겼지만, 나머지 5경기에선 모두 패했다. 5경기에서 4득점했지만 13실점했으니 매우 약했다. 

축구의 본고장이라는 유럽 팀을 상대로는 4승 6무 9패를 기록했으니 한결 나은 성적을 거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결과를 제외하더라도 남미에 비하면 훨씬 나은 성적을 거뒀다.

다만, 올림픽 무대에선 멕시코를 2번 이기고, 2번 비겨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었으니 긍정적인 기억도 있다. 평가전 상대 온두라스를 상대로 해서는 1승 1패를 거뒀다.

<역대 월드컵 중남미 팀 상대 결과 : 1무 5패>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아르헨티나 1-3 패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루과이 0-1 패
1994년 미국 월드컵 볼리비아 0-0 무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멕시코 1-3 패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아르헨티나 1-4 패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루과이 1-2 패

▲ 1998년 1-3 패배를 안긴 멕시코. 에르난데스(왼쪽)의 환호와 김병지 골키퍼의 아쉬움이 교차하는 장면.

한국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온두라스와 경기로 마지막 실전 모의고사에 돌입한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첫 번째 평가전으로 온두라스를 선택한 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멕시코전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멕시코의 전력은 강하다. 북중미 최종 예선에서 6승 3무 1패로 여유 있게 1위를 차지하면서 러시아행을 확정했다. 유일한 패배는 온두라스전에서 거둔 성적인데 이미 월드컵행을 확정지은 뒤 치른 예선 최종전이었다. 사실상 북중미에선 적이 없었다.

또 조별 리그에서도 매번 강했다. 멕시코는 1994년 미국 월드컵부터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6번의 대회에서 모두 조별 리그를 통과해 16강에 올랐다. 모두 8강 진출에 실패했다는 것이 고민이지만 일단 세계 최고의 팀이 모이는 월드컵에서 꾸준히 조별 리그를 통과한 것은 그 자체가 경험이고 저력이다.

멕시코 선수들 가운데 세계 최고로 꼽히는 선수는 없다. 가장 이름난 선수는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나 베테랑 라파엘 마르케스 정도다. 하지만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멕시코 자국 리그를 바탕으로 탄탄한 선수층을 갖추고 있어 선수 개개인의 전체적인 수준이 높다. 1대1에서 한국에 앞서기 때문에 협력 수비와 커버 플레이가 필요하다. 멕시코 선수들에게 1대1에서 밀려 분위기를 타게 한다면 위험한 일이 될 수 있다.

전술적으로도 특징이 뚜렷하다. 스리백을 쓰지만 매우 공격적인 팀이다. 파이브백 형태가 아니라 수비에 3명만 배치해 오히려 공격적이다. 측면 수비수들을 적극 활용하고 최전방부터 강력하게 압박하는 것이 특징.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알제리의 전방 압박에 고전했던 한국이 빠르고 기술적인 멕시코의 전방 압박을 견딜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포백 전환도 가능해 유연하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

박지성 대한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이 "지난 3월 평가전을 봤는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리백을 쓰지만, 스리톱을 세운다. 스리백에서 공격적으로 경기하는 팀은 세계적으로 찾기 어렵다. 압박의 강도나 속도를 우리나라 선수들이 어떻게 이겨낼지를 주의해야 한다. 바람을 좀 담는다면 결과로 무승부를 선택하고 싶다"고 말한 이유가 있다.

온두라스는 북중미 최종예선에서 4위를 차지한 뒤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멕시코와 완전히 같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괜찮은 평가전 상대다. 신태용호가 온두라스전에서 나름대로 멕시코전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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