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오늘 같은 경기 해설하기 참 어렵네요.”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했던 안정환은 MBC 해설위원으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둔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 팀의 마지막 공개 평가전을 중계하며 탄식했다.
90분 내내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지만 패스 타이밍은 다른 문제다. 공간을 찾아 먹지도, 만들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후배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심정도 이해하지만,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의 답답한 마음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경기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 팀은 7일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 스타디움에서 볼리비아와 득점 없이 비겼다. 11일 세네갈과 한 차례 경기가 남았지만 비공개 평가전이다. 실전 같은 분위기로 치를 경기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신 감독은 본선을 준비하며 상대국에 전력 노출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볼리비아전에 “전력의60~70%만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수비진은 베스트로 내세우지만 공격진은 주전을 내지 않겠다고 했다. 실제로 4-4-2 대형으로 경기한 한국은 박주호, 김영권, 장현수, 이용으로 구성한 포백이 무실점으로 경기했지만, 손흥민과 이재성이 선발에서 빠진 공격진은 무득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 파워 프로그램 중인 한국, 하루 전 남미에서 날아온 볼리비아, 조건은 비슷했다
하지만, 후반전에 한국 공격진은 이재성과 손흥민을 투입했고, 구자철을 투입하고 김민우 투입 이후 공격 숫자를 늘리며 총공세를 폈음에도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한국이 파워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은, 볼리비아가 경기 하루 전에 장거리 비행을 거쳐 입국한 팀이라는 점에서 변명이 되기 어려웠다.
더구나 볼리비아는 볼리비아 리그 챔피언 결정전에 참가한 리그 최고 선수들과 대표 팀의 베테랑 선수 일부가 빠졌으며, 정식 감독을 선임하지 않은 실험적인 팀이었다. 그 점을 감안하면 남미 예선 9위로 탈락한 팀을 상대한 한국의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이날 보여준 경기력이 대표 팀의 본선 경기력에 60~70%에 준하는 수준이라면, 16강 전망은 불투명하다. 준비한 플레이와 전술을 안 보여준 것인지, 못 보여준 것인지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경기였다. 숨겨서 안보여줬다기엔 선수 간의 호흡이 부족하고, 유기성이 부족했으며, 전술적인 약속이 보이지 않았다.
◆ 월드컵 앞둔 한국 보다 리빌딩 중인 볼리비아가 촘촘했다
이승우는 순간순간 번뜩였으나 갓 합류한 선수가 겪을 수 밖에 없는 호흡 문제를 노출했고, 문선민은 국내 평가전에서 보여준 잔실수를 반복하며 팀에 융화되지 못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여전히 최적의 콤비네이션을 보여주지 못했고, 김신욱을 활용한 고공 공격은 몇 차례 좋은 슈팅으로 이어졌지만 득점이 되지 못했고, 본선 경쟁력에도 의문 부호가 달렸다. 볼리비아 수비수들의 신체 조건이 좋지 않았다.
주장 기성용과 정우영은 상대 두 줄 수비를 흔들만한 패스 워크를 보이지 못했다. 수비 라인은 볼리비아의 공격이 미진해 검증 받지 못했을 뿐 합격적을 받았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준비한 것을 안 보여줬다기엔, 기본적인 팀의 밀도를 찾아 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어린 선수들로 새 판을 짜는, 감독 없는 볼리비아의 조직이 더 촘촘해보이는 순간도 잇었다.
로테이션을 가동했다고 해도, 후반전에 볼리비아도 체력이 힘들어진 순간에도 좋은 장면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럴거면 이 경기도 비공개로 진행하는 게 어땠을까. 체력 훈련이 중요했다면 전지훈련지의 두 차례 평가전을 한 차례로 줄이는 게 낫지 않았을까? 본선 전 평가전을 4경기나 치르는 팀은 F조에서 한국 뿐이다. 본선 첫 경기를 10일 앞둔 평가전은, 과정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희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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