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비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은 벨기에는 일본에 패할 뻔했다.
▲ 수비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은 벨기에는 일본에 패할 뻔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벨기에는 일본과 경기에서 전술적 문제를 나타냈다. 특히 수비 전술 개선이 필요하다.

벨기에는 3일 새벽 3시(한국 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킥오프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일본에 3-2로 이겼다.

벨기에는 러시아에서 4경기 4실점을 했다. 8강에 오른 팀 치고는 적잖은 수치다. 더구나 벨기에는 예선에서 전력이 크게 떨어지는 파나마, 16강 진출이 확정된 상태에서 치른 잉글랜드전에서만 무실점 경기를 했다. 튀니지, 일본에는 각각 2실점했다. 폭발적인 공격력은 분명 위협적이지만, 수비가 부실한 팀은 '단판 대결'에서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8강전 상대는 바로 브라질이다. 일본전에선 신체 능력을 살려 역전에 성공했지만 브라질은 절대적 능력에서도 벨기에에 밀리지 않는 상대다. ‘황금 세대’를 앞세운 벨기에가 우승을 하고 싶다면 더 짜임새 있는 수비력이 필요하다.

▲ 포지션은 윙'백'인데 공격에 더 관심이 많은 카라스코.

◆ 돌아오지 않는 윙백, 측면이 취약하다

벨기에는 3-4-3 포메이션을 플랜A로 한다. 최후방에 세 명의 수비수를 두는 대신에 좌우 윙백 야닉 카라스코와 토마 뫼니에를 마치 공격수처럼 전진시킨다. 최전방에 있는 로멜루 루카쿠와 좌우에 있는 에덴 아자르와 드리스 메르텐스는 속도와 기술을 모두 갖춘 선수들이다. 윙백을 전진시켜서 측면을 공략하려는 목적이다.

‘명’이 있으면 ‘암’이 있는 법. 경기가 잘 풀릴 때는 화끈한 득점포를 과시했지만, 일본의 항전이 만만치 않은 상태에선 오히려 문제를 나타냈다. 스리백을 펼치는 벨기에는 전진한 윙백의 뒤 공간, 즉 양쪽 사이드라인 쪽이 취약했다. 결국 측면의 불안은 중앙 수비수들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후반 3분 하라구치 겐키의 골이 바로 측면에서 시작됐다. 오른쪽으로 빠지는 스루패스를 베르통언이 끊어내지 못했고, 하라구치가 페널티박스 안까지 침투한 뒤 득점에 성공했다.

얀 베르통언과 토비 알더베이럴트(이상 토트넘)가 측면 수비도 볼 수 있을 만큼 빠른 발과 기술을 갖추긴 했으나 문제는 개인 능력이 아니다. 세 명의 수비수가 좌우로 넓게 배치될수록 수비의 간격이 멀어져 조직이 허술해질 수밖에 없다.

▲ 부담이 지나치게 큰 더 브라위너.

◆ 얇은 중원도 문제, 장악력 떨어져

얇디 얇은 중원도 문제였다. 벨기에는 중원을 단 두 명이 지켰다. 더 브라위너와 비첼에게 쏠리는 비중이 컸다. 1차 목표는 중원에서 일본의 패스 전개를 막는 것. 하수비적으로 도움을 줘야 할 선수들은 모두 전방으로 갔다. 당연히 패스가 좋은 일본은 여유있게 중원에서 공을 관리한 뒤 측면으로 크게 넘겨주면서 벨기에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벨기에는 두 명의 선수 모두 엄청난 활동량을 갖춘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니다. 더구나 윙백들은 공격 일변도로 나선다. 또한 점유율을 잡고 공격을 전개하다보니 중원에서 공격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도 많았다. 수비적으로 밸런스를 맞출 수가 없었다.

후반 8분 이누이 다카시의 득점도 일본의 측면 전환으로 중앙의 밀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비첼과 더 브라위너가 중원에서 제대로 압박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3-4-3 포메이션을 잘 사용했던 안토니오 콘테 감독 체제의 첼시는 '선 수비 후 역습'을 주 전술로 삼았다. 점유율을 높이는 형태의 경기 운영은 아니었다. 여기에 중원에 은골로 캉테라는 활동량이 엄청난 선수를 보유한 것도 힘이었다.

▲ 측면과 중앙을 커버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베르통언. 자신의 실수를 골로 씻다.

◆ 약속없는 전방 압박, 수비 부담만 가중

스리백을 세워서 공격적 경기를 펼치면서도 수비력을 갖춘 경우도있다. 2017-18시즌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시티가 시즌 초반 3-1-4-2 포메이션 등으로 상대를 거칠게 공격하며 승점을 쌓았다. 하지만 맨시티는 강력한 '전방 압박'을 '전술적 짝'으로 했다. 뒤가 부실한 만큼 앞에서 역습 속도를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

전방 압박이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점 벨기에의 문제다. 우선 선수간 수비 방식이 제대로 약속이 되지 않았다. 역습 속도를 늦추려면 공을 빼앗자마자 곧장, 그리고 조직적으로 전개돼야 한다. 선수 한 명의 압박은 금세 패스나 드리블에 풀리곤 한다. 

한 선수가 공의 방향을 제한하면, 다른 선수가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순간적으로 접근해 공을 처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약속된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벨기에는 수비적으로 약속된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선수들이 무리하게 전방 압박을 펼치다가 선수들이 중복되기도 했다. 당연히 다른 쪽엔 공간이 생긴다. 성긴 압박으론 일본의 짜임새 있는 빌드업을 흔들 수 없었다. 일본은 오히려 벨기에의 선수들을 피해 빈틈을 노리면서 손쉽게 공격을 전개했다. 전방 압박이 풀린 뒤에는 오히려 넓은 공간만 줬다. 

2실점에 그친 것은 벨기에 선수들이 일본 선수들보다 뛰어난 개인 기량을 갖춘 팀이기 때문이다. 개인기가 뛰어난 브라질을 상대로는 1대1에서 승리하기가 쉽지 않다. 벨기에가 조직을 가다듬지 않으면 대량실점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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