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권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글 한준 기자, 영상 임창만 기자]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투혼의 부활을 알렸다. 스타도 탄생했다. 기대가 컸던 손흥민이 골을 넣고, 깜짝 선발 조현우가 막았다. 그 중에도 가장 극적인 스타는 넣고 막고를 혼자 다한 수비수 김영권(28, 광저우 헝다)이었다. 1년 전 비난의 중심에 있던 김영권은, 월드컵이 끝난 뒤 ‘킹(King) 영권’이 됐다.신태용 감독이 대회 전 말한 ‘통쾌한 반란’의 주인공이었다. 스포티비뉴스는 러시아에서 돌아온 김영권을 단독으로 만났다. 김영권의 입을 통해 드라마틱한 1년 풀스토리를 전한다.

① ‘와신상담’ 김영권, “비난보다 대표팀 탈락이 힘들었다”
② ‘베르통권’ 김영권은 정말로 페르통언을 연구했다
③ ‘킹영권’ 김영권, “까방권 지키고파…유럽 도전 준비 중”
④ 김영권의 후일담 “가장 막기 어려웠던 선수는 외질”

▲ 김영권과 페르통언(오른쪽) ⓒ한희재 기자, 게티이미지코리아

치밀한 태클에 정밀한 왼발 패스. 김영권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뽐내며 축구 팬들에게 ‘베르통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토트넘 홋스퍼와 벨기에 대표팀의 주축 수비수 얀 페르통언의 플레이를 연상케 했다는 이유에서다.

김영권도 그 별명을 알고 있다. 그리고 김영권의 플레이에서 페르통언이 연상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실제로 페르통언의 경기를 연구했다고 고백했다. 

“(손)흥민이 경기를 좀 보면서, 토트넘 경기를 많이 보면서, 페르통언 선수를 많이 봤다. 정말 잘하더라. 나도 그런 선수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고, 배울 게 되게 많았다. 공격적 부분뿐만 아니라 수비적 부분에서, 그 선수가 중심이 되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닮고 싶은 선수는 여럿이 있지만, 평소에 페르통언을 되게 좋아했다. 왼발도 좋고 수비도 좋고, 유명한 선수니까.”

물론 김영권의 플레이가 페르통언의 모사인 것은 아니다. 김영권은 수비수에게도 빼어난 패스 능력을 요구하는 일본 J리그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했고, 중국 슈퍼리그 광저우 헝다에서는 수비 축구의 본산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출신 명장 마르첼로 리피와 역대 최고 수비수 중 한 명인 파비오 칸나바로에게 지도를 받았다.

“리피 감독님과 칸나바로 감독님이 내게 너무 많은 도움이 됐다. 두 분 다 월드컵을 경험해 보셨던 분들이다. 칸나바로 감독님은 월드컵 가기 전 정말 ‘네가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해주셨다. 월드컵이란 무대가 어려운 무대지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재미있게 열심히 하고 오라고 했다.”

배운 것도 있지만, 실제 경기를 뛰면서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들을 상대해 본 것이 김영권에겐 월드컵 무대에서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었던 비결이 되기도 했다.

“일단 아시아에서 일본, 중국리그에서 뛰면서 세계적인 선수들이랑 많이 뛰어 봤다. 중국에서 오스카, 헐크 같은 선수들과 많이 뛰면서, 스스로 많이 배웠다. 그런 선수들은 빅리그에서 뛴 선수들이다. 경기를 하면서 부딪혀보고, 부딪힌 걸 느끼고, 대표팀에 와서 그런 부분을 내가 느끼면서 경험한 게 많이 도움이 됐다.”

▲ 독일전에 득점한 김영권


김영권은 이번 월드컵에서 왼발 스루 패스와 로빙 패스, 과감한 전진 크로스로 한번에 좋은 역습 공격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김영권은 평소 공격적인 패스도 연구하고 연습한다고 했다. 훈련없이 실전에서 발휘할 수 있는 기술은 없다.

“패스 플레이는 내가 자신있고 좋아하는 플레이다. 그 부분에서 많이 신경을 썼다. 패스 한번에 좋은 찬스가 날 수 있다. 내가 센터백이지만, 센터백 포지션에서 좋은 패스를 넣어주는 연구를 많이 했다. 센터백 중에 왼발잡이도 많지 않다. 왼쪽에서 왼발 선수가 플레이할 때 어떤 식으로 할지 연구도 많이 했다. 자신있게 플레이 했다.”

김영권이 자연스럽게 공을 다루고 공격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바탕은, 대학 시절 풋살 선수로 뛰었던 경험도 큰 도움이 됐다.

“풋살이 많이 도움됐다. 콘트롤이나 패스하는 부분, 패스의 강약 조절, 패스의 궤도, 이런 모든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됐다. 풋살 같은 경우는 좁은 구장에서 많은 상황이 나온다. 압박도 심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풀어가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독일전 득점은 김영권의 A매치 세 번째 득점이었다. 김영권은 2015년 호주 아시안컵 이라크전에도 환상적인 발리슈팅으로 득점했다. 독일전의 침착한 마무리도 어쩌다 나온 우연이 아니다. 

▲ 러시아 월드컵 세리머니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한희재 기자


김영권은 “아시안컵 이라크전도 그렇고 이번 독일전도 운이 좋았다. 내 앞에 공이 떨어져서 운이 좋아서 차서 들어갔다”며 겸손해 했지만, 운이 좋아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수비수니까, 수비에 대해 가장 신경을 쓰는데, 기회가 올 수 있기 때문에 공격적인 부분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파워랭킹에서, 김영권은 페르통언보다 순위가 높았다. 팬들은 ‘베르통권’이 아니라 '페르통언이 벨기에의 김영권'이라고 농담했다. 김영권도 “그 기사를 봤다”며 웃었다.

“실력적으로만 따지면 내가 훨씬 아래다. 그 선수는 워낙 세계무적인 선수다. 대표팀과 소속팀 모두 좋은 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영권은 겸손 속에 자신감을 가미하는 걸 잊지 않았다. “이번 월드컵에서 만큼은, 나도 그 선수 못지않게 열심히 한 것 같다.” 

인터뷰=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③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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