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새벽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콜롬비아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극적인 4-3 승리를 거둔 잉글랜드는 다시 한 번 더 ‘마의 8강’ 벽에 도전한다.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잉글랜드가 이번에는 ‘마의 8강’ 벽을 넘을 수 있을까.

잉글랜드는 4일 새벽(이하 한국 시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콜롬비아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극적인 4-3 승리를 거뒀다.

축구 종가를 자부하는 잉글랜드지만 월드컵 우승은 1966년 잉글랜드 대회가 유일하다. 그런데 그 우승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옛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서독과 결승전 2-2로 맞선 연장 11분 터진 조프 허스트의 결승 골이 논란거리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이 경기를 총천연색[칼러] 기록영화로 봤다. 물론 편집한 내용이다. 상영 시간에 맞춰 펠레가 집중적으로 태클을 당하는 장면 등 많은 경기를 담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의 이 골은 골포스트를 때리고 피치에 맞은 뒤 골대 바깥쪽으로 나왔다.

느린 그림에서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공이 골라인 바깥에 맞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딘스트 고트프리드(스위스) 주심은 단호하게 골을 선언했다. 이 골 9분 뒤 허스트의 쐐기 골이 터져 잉글랜드는 서독을 4-2로 누르고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허스트는 0-1로 뒤진 전반 18분 1-1 동점 골을 넣어 러시아 대회 전까지 모든 대회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유일한 선수로 남아 있다.

이탈리아를 1-0으로 꺾은 북한의 8강 진출과 ‘모잠비크의 표범’ 에우제비오(포르투갈)의 득점왕[9골] 등극 등 많은 화제를 뿌린 이 대회에 잉글랜드는 ‘철벽 수문장’ 고든 뱅크스, 강력한 수비수 보비 무어, ‘중원의 지휘관’ 보비 찰튼 등 호화 멤버를 꾸려 출전했다.

개막전에서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겨 무겁게 출발한 잉글랜드는 조별 리그 2차전에서 멕시코를 2-0으로 잡고 한숨을 돌린 뒤 프랑스를 2-0으로 누르고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허스트의 결승골로 아르헨티나를 1-0으로 따돌린 잉글랜드는 준결승에서 포르투갈을 2-1로 꺾고 대회 출전 사상 처음으로 결승에 올랐다. 또 다른 준결승에서는 서독이 소련을 2-1로 물리쳤다. 서독은 이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축구 장인’ 프란츠 베켄바워가, 소련은 ‘거미손’ 레프 야신이 각각 이끌고 있었다.

그런데 잉글랜드는 1966년 대회 우승 이전에 1954년 스위스 대회와 1962년 칠레 대회 두 차례 8강을 기록한 적이 있다. 이는 잉글랜드에 ‘마의 8강’ 전주곡이었다.

우승 직후 대회인 1970년 멕시코 대회 8강전에서는 연장 접전 끝에 서독에 2-3으로 졌다. 베켄바워와 게르트 뮐러[대회 득점왕 10골] 등이 나선 서독으로서는 통쾌한 설욕전이었다. 1982년 스페인 대회에서는 12강이 겨루는 2차 조별 리그에 진출했다. A조에서 서독, 스페인과 모두 0-0으로 비겨 1승1무의 서독에 뒤져 4강 진출에 실패했는데 이는 대체로 봐서 다른 대화 8강에 해당된다.

한국이 1954년 스위스 대회 이후 32년 만에 월드컵에 나선 1986년 멕시코 대회에서 잉글랜드는 ‘마의 8강’ 벽을 가슴 아프게 경험한다. 조별 리그 1차전에서 포르투갈에 0-1로 지고 2차전에서 모로코와 0-0으로 비긴 잉글랜드는 탈락 위기에 몰렸다. 1승1무의 폴란드와 만난 잉글랜드는 해트트릭을 기록한 개리 리네커의 맹활약에 힘입어 3-0으로 완승해 극적으로 1라운드를 통과했다.

잉글랜드에는 또다시 문제의 8강이고 월드컵 역사에는 오점으로 남은 아르헨티나와 경기가 예정돼 있었다. 한국을 3-1로 꺾는 등 2승 1무로 가볍게 조별 리그를 통과한 아르헨티나는 16강전에서 우루과이를 1-0으로 누르고 8강에 올랐다.

잉글랜드는 아르헨티나와 8강전에서 5경기만 뛰고도 6골로 득점왕에 오른 리네커가 후반 36분 추격 골을 넣었지만 그때는 이미 디에고 마라도나가 ‘비열한 손’으로 밀어 넣은 골을 포함해 두 골을 터뜨린 뒤였다. 마라도나는 5골로 득점 2위에 올랐는데 1골은 ‘가짜 골’이었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서는 ‘마의 8강’ 벽을 무너뜨렸다. 조별 리그를 1승2무, 1위로 통과한 잉글랜드는 16강전에서 벨기에를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따돌리고 8강에 올랐다.

또다시 맞이한 8강전, 이번 상대는 조별 리그에서 아르헨티나를 1-0으로 꺾는 등 ‘흑색 돌풍’을 일으킨 카메룬이었다. 잉글랜드에 역시나 쉽지 않은 8강전이었다. 페널티킥 3개를 주고받으면서 연장전을 치른 끝에 3-2로 겨우 이겼다.

잉글랜드는 준결승에서 우승국 서독과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져 3위 결정전으로 밀렸고 이탈리아에 1-2로 패했다. 4위는 1966년 대회 우승 이후 러시아 대회 전까지 잉글랜드가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이다.

잉글랜드는 이후 2002년 한일 대회에서는 우승국 브라질에 1-2, 2006년 독일 대회에서는 포르투갈과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3으로 져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잉글랜드는 러시아 대회 전까지 14차례 출전했고 8강만 1982년 스페인 대회를 넣어서 7번이나 했다. 잉글랜드는 오는 7일 밤 스웨덴과 8강전에서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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