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판곤 국가대표 선임위원장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신태용 감독의 거취를 결정할 국가대표선임위원회가 열리기 전부터 한국 대표 팀 신임 사령탑 물망에 유명 외국인 감독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브라질 유력 매체 글로부에스포르치가 보도한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전 브라질 대표 팀 감독 되에 루이스 판할 전 네덜란드 대표 팀 감독을 중심으로 한 몇몇 이름난 네덜란드 출신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 전 미국 대표 팀 감독도 한국 대표 팀과 연결되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대한축구협회는 4일 “신태용 감독에 대한 평가가 먼저”라며 공식 접촉이 없었다고 전면 부인했다. 국내외 이적 시장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협회가 국가대표선임위를 열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적 접촉은 아직 없는 게 맞다”며 발표 내용이 맞다고 했다. 협회는 “이메일 및 에이전트의 제안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회의가 먼저”라고 했다.

협회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신태용 감독 스스로도 연임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협회 역시 후임으로 외국인 감독이 적합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협회가 후임으로 이름값 있는 외국인 감독을 찾고 있다는 소문은 사실에 가깝다. 무수한 에이전트의 사전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활발한 이유다.

국내외 이적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는 “협회가 이번 외국인 감독 선임에는 예전보다 예산을 높게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선임 당시 200만 달러 수준이던 연봉 예산을 250만 달러(약 27억원)에서 300만 달러(약 33억원) 가량으로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약 30억원 수준이다.

협회는 위기론에 시달리는 현 시점에 중량감 있는 외국인 감독 선임으로 쇄신하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협회가 원하는 수준의 감독을 선임할 경우 코칭스태프 연봉 및 기타 체제비로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협회의 예산이 넉넉하지 않지만 최근 축구계 일선으로 돌아온 정몽준 명예회장이 지원할 수 있다는 소문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적지 않은 예산을 대표 팀 감독 선임에 투자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중요한 것은 이름 보다 방향이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목표로 4년 장기 플랜을 확립해야 한다. 

◆ 30억 연봉 준비한다는 협회, 이름값 보다 철학부터 확립해야

투자한 만큼 단기 성적 외에 한국 대표 팀과 한국 축구 전체가 틀을 갖출 수 있는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 당시처럼 각종 행사에 불려다니고, 유소년 축구 세미나 등에 참석하라는 게 아니다. 대표 팀의 경쟁력을 높이고, 한국 축구에 적합한 틀을 구축해 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산을 남길 수 있는 투자가 되어야 한다.

한 축구계 인사는 “지금 나오는 외국인 감독 이름을 보면 스타일에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대체로 한번 꺾인 나이든 지도자가 많다”며 우려하기도 한다.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법한 지도자라면, 현재 전성기가 지났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100억원 이상의 과도한 금액을 쓸 수는 없다. 명성과 실력 사이에 데려올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떤 명성을 가진 감독인가보다 한국 대표 팀이 어떤 스타일의 축구를 추구하고, 어떤 철학을 가진 감독을 선임할지를 먼저 결정하고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 올 수 있는 유명한 감독, 조건이 맞는 이름 있는 감독이 아니라 한국 축구에 적합한 검증된 감독을 추려야 한다.

김판곤 국가대표선임위원장이 “절차와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은 그래서 긍정적이다. 무수한 제안이 오고 있지만 협회는 국가대표선임위원회를 거쳐 절차에 맞춰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 체제로 처음 선임한 인물은 김학범 아시안게임 대표 팀 감독이다. 선임 당시에도 치밀한 후보 검증 작업으로 호평 받았다.

국가대표선임위원회 신설 후 성인 대표 팀 감독 선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과감하게 투자한다면, 더 치열한 고민과 검증이 필요하다. 누가 더 유명한가, 누가 더 외부 조건을 맞춰주는 가 보다 누가 더 한국 축구를 잘 이끌어줄 것인가를 우선 순위에 두고 선택해야 한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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