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규 회장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열리는 내내 신태용 감독은 ‘트릭 논란’으로 사기를 잃었고, 대표 선수들은 실수를 할 때 마다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 몇몇 선수들이 선전해 ‘까방권(까임방지원)’을 얻었지만, 언제 회수될지 모른다. 칩거 중인 신태용 감독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독일과 F조 3차전 승리는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선수단의 투혼을 통해 얻은 성과다. 이번 대회에서 두 골을 넣은 손흥민의 기량도 대한축구협회가 설계한 시스템이 아닌, 부친 손웅정 씨의 개인적 노력의 결과물이다. 

대회가 열리는 동안 대표 팀의 공과는 감독과 선수의 전략과 기량에 몰렸다. 대회 일정이 마무리되고, 다음을 준비하는 과정에는 감독을 선임하고, 대표 팀을 운영해온 대한축구협회의 공과를 따지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데 여전히 협회는 이슈의 중심을 5일 오후 개최할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에 두고 있다.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전 브라질 대표 팀 감독이라는 큰 이름이 공개됐고, 협회가 이번에는 감독 선임 예산을 늘려 투자 의지를 보인다는 소문이 축구계에 떠돈다. 여론이 새 감독이 누가 될지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 4년 간 대표 팀이 혼란 속에 흔들리도록 방치한 최종책임자, 정몽규 회장은 숨어 있었다.

정 회장은 지난 달 29일 대표 팀이 귀국해 해단식을 가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찾아와 선수단에 격려 메시지를 남겼다. 두 대회 연속 체계적인 준비 없이 본선에 나섰다 한계를 드러난 대표 팀의 운영 문제에 대한 대국민 소통은 없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실패로 끝난 이후 뼈를 깎는 각오로 혁신하겠다던 말을 지키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집행부 인사 쇄신 및 협회 내부 구조 개혁을 했지만, 7개월 뒤에 열릴 월드컵 준비는 기대만큼 잘 되지 않았다. 

대표 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본선을 준비한 기간 평가전부터 전지훈련 과정의 이동과 프로그램 등이 미비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급히 영입한 스페인 대표 출신 코치진은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했고, 소방수로 투입한 신태용 감독에 대한 우려는 끝내 본선 무대에서 극복되지 못했다.

급조한 올스타 팀 처럼 본선에 나선 대표 팀은, 오히려 성공하는 게 기적이었다. 협회 내부 고위 인사가 “이번 대회는 참가에 의의를 둔다”는 말까지 했다.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월드컵은 한국 축구가 국민에게 존재감을 알리고, 도약하며,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9회 연속 진출하며 익숙해졌지만, 귀하고 소중한 기회다. 

막상 월드컵이 개막하자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에 기사 조회수는 폭발했고, 거리 응원도 성황리에 진행됐다. 하지만, 역대 월드컵을 돌아보면 대회 전 떨어진 기대감으로 마케팅 실적은 부진했다. 1,2차전 연패로 바람을 타지도 못했다. 독일전 승리로 간신히 희망을 부여잡은 상태다. 대표 팀은 지난 두 번의 월드컵을 최악의 여론 속에 치렀다. 

대표 팀이 지금과 같은 관심을 얻으려면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협회의 준비 자세는 안일했다. 여기에는 최종 결정권자인 정몽규 회장의 태도가 반영되어 있지 않을 수 없다. 협회는 감독을 바꾸고, 임원을 바꿨지만, 여전히 6년 째 정 회장 체제다. 여러 쇄신 시도에도 ‘사람만 바뀌었다’는 시선이 팽배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앞으로는 잘 하겠다는 공허한 메시지로는 부족하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보여준 것처럼, 처절한 자기 혁신과 뼈를 깎는 노력을 증명해야 한다. 정 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야 한다. 혹독한 비난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돌파할 수 있는 해법을 보여줘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다음 4년을 위한 용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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