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벨기에가 브라질을 꺾었다.
▲ 벨기에가 브라질을 꺾었다.
▲ 벨기에가 브라질을 꺾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벨기에가 변형 전술로 브라질을 잡았다.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감추는 완벽한 전술적 시도였다.

벨기에는 7일 새벽 3시(한국 시간) 러시아 카잔 카잔아레나에서 킥오프한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8강전에서 브라질을 2-1로 꺾었다. 전반전 브라질을 괴롭히며 2골을 먼저 뽑았고, 후반전 브라질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친 결과였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은 변칙적인 전술을 빼들었다. 변형된 스리백과 함께 변형된 스리톱을 꺼내들었다. 포백과 스리백, 투톱과 스리톱을 오간 '하이브리드' 전술이 적중했다. 이전까지 노출한 3-4-3 전술의 약점을 잘 감추면서, 선수 개인의 특성을 잘 보여줄 수 있었다. 페르난지뉴의 자책골로 운도 따랐지만, 결국 속도를 살린 역습에서 득점하면서 32년 만에 4강 진출에 성공했다.

"나는 전술판 위에서 패해본 적이 없다. 선수들은 경기 방식을 바꾸는 데에 용감해야 한다. 우리는 전술 변화를 줄 2일이 있었다." -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 벨기에 기존 '3-4-3'의 수비적 문제

벨기에는 3-4-3 포메이션을 주로 써왔지만 단점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최후방에 세 명의 수비수를 두는 대신에 좌우 윙백이 공격수처럼 전진했다. 당연히 측면에선 약점을 노출했다. 특히 왼쪽 윙백으로 줄곧 선발 출전한 야닉 카라스코는 수비적 약점은 물론이고, 공격적으로도 에덴 아자르와 움직임이 겹쳐 효율이 떨어졌다. 

공격적인 색채는 중원에 배치되는 두 미드필더에게도 공수 양면에서 큰 부하가 걸렸다.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으니 두 선수가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해야 했다. 많은 거리를 커버해야 했기에 공격적으로도, 수비적으로도 완벽하지 않았다. 특히 공격력이 좋은 케빈 더 브라위너는 공격과 수비를 모두 커버하느라고 자신의 장기를 맘껏 보여주지 못했다.

▲ 윌리안을 막는 베르통언(오른쪽).

◆ '센터백-풀백 오간 베르통언' 변형 스리백, 측면 공간 주지 않았다

벨기에는 '약점' 카라스코 대신 나세르 샤들리를 왼쪽 측면에 배치했다. 공격적인 선수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 운용 방식이 달라 효과에선 차이가 컸다.

왼쪽 수비수 베르통언이 '변형 스리백'의 핵심이었다. 베르통언은 원래 왼쪽 측면 수비수로도 활약했던 선수인데다가 소속 팀 토트넘에서 스리백을 자주 활용해 이해도가 높은 선수다. 기본적으로 토비 알더베이럴트-뱅상 콩파니-얀 베르통언 스리백 조합을 이뤘다. 베르통언이 중앙에만 머무르지 않았고 사실상 왼쪽 측면 커버를 맡았다. 공격 주도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에 따라 베르통언이 위치를 바꿨고, 베르통언의 위치에 따라 스리백-포백 전환이 됐다. 


공격을 펼칠 땐 베르통언이 왼쪽 측면으로 넓게 빠져나와 포백 형태로 수비진을 운영했다. 샤들리가 베르통언 덕분에 공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샤들리는 수비 부담을 덜고 맘껏 전진했다. 

반대로 수비할 땐 베르통언이 중앙에 가담하는 대신 샤들리가 내려와서 수비적으로 나섰다. 중앙에서 브라질에 공간을 주지 않은 이유다. 사실상 파이브백 형태였다. 뫼니에가 네이마르를 1대1에서 잘 수비하면서, 윌리안의 몫이 커졌지만 샤들리가 힘을 보탠 벨기에의 왼쪽 측면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수비할 땐 또 나름의 강점이 있었다.

브라질이 수비적으로 내려갔을 땐 스리백 형태로 빌드업했다. 샤들리와 뫼니에는 물론 스리백이 넓게 벌려서면서 공을 돌렸다. 아무래도 후방에 한 명이 더 배치되는 만큼 스리백이 빌드업에선 형태상으로 유리한 점이 있다. 전반 13분 만에 터진 브라질의 자책골 덕분에 벨기에는 안정적인 빌드업으로 브라질을 괴롭힐 수 있었다.

▲ 루카쿠와 더 브라위너, 그리고 아자르가 역습으로 브라질을 괴롭혔다.
▲ 루카쿠와 더 브라위너, 그리고 아자르가 역습으로 브라질을 괴롭혔다.

◆ '더 브라위너 전진 배치' 변형 스리톱, 속도 살렸다

공격에도 변칙은 있었다. 벨기에의 중원엔 마루앙 펠라이니와 악셀 비첼이 배치됐다. 두 선수 모두 수비적인 억세고 수비 가담이 좋은 선수들이었다. 두 선수가 중원을 지킨 대신 케빈 더 브라위너가 전진 배치됐다. 더 브라위너가 스리톱의 중앙에 배치되는 다소 생소한 포진이 나왔다. 더 브라위너가 가담하면 스리톱으로 변하고, 더 브라위너가 중원으로 내려가면 루카쿠-아자르 투톱이 형성됐다. 더 브라위너가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움직이면서 3-4-1-2와 3-4-3을 오갔다. 역습 시 공격 숫자는 유지하면서, 수비할 땐 중원에 힘을 보탤 수 있었다.

비첼과 펠라이니의 가담으로 더 브라위너는 더 많은 자유를 얻었다. 특히 역습에서 더 브라위너의 위치 변화가 빛났다. 더 브라위너가 역습에 마음껏 가담하면서 멋들어진 패스를 할 수 있게 된 것. 수비적으로 가담한 더 브라위너는 공을 1차적으로 받아 역습으로 연결하는 기점이었다. 양쪽 측면에 배치된 아자르와 루카쿠는 모두 1대1에서 브라질 선수들을 충분히 괴롭혔다. 아자르는 빠른 발과 드리블 능력으로, 루카쿠는 측면에서 힘과 속도를 모두 살렸다.

특히 루카쿠는 측면에서 오히려 힘을 냈다. 중앙에 배치됐다면 치아구 실바와 미란다의 견제를 받을 수도 있지만, 측면에 배치되면 중앙 수비수 한 명만 상대할 수 있었다. 전진이 잦은 브라질 마르셀루의 빈 자리에서 여러 차례 미란다를 괴롭히면서 벨기에의 공격을 이끌었다.

골도 이런 특성을 살려 나왔다. 코너킥 찬스를 차단한 뒤 루카쿠가 수비를 등지면서 공을 지키며 직접 드리블했다. 속도와 힘이 빛났다. 파울리뉴의 태클이 더 브라위너 쪽으로 향했고, 더 브라위너는 직접 페널티박스 앞까지 진입한 뒤 강력한 오른발로 골문 구석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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