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년 만에 4강에 오른 잉글랜드 ⓒ연합뉴스/AP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잉글랜드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준결승행을 이뤄냈다. 잉글랜드는 그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라는 세계 최고의 리그를 갖추고도 '리그 혜택'을 받지 못했었다. 그러나 러시아월드컵에서는 EPL의 덕을 톡톡히 봤다.

잉글랜드는 7일 오후 11시(한국 시간) 러시아 사마라 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8강전 스웨덴과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전반 해리 머과이어, 후반 델레 알리가 득점했다.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 EPL을 가진 잉글랜드지만, 축구의 세계화로 EPL에는 다인종 다국적의 실력파가 넘실됐다. 유럽 4대 리그(이탈리아 세리에A, EPL,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자국 선수 비율이 유독 적었던 잉글랜드. 프랑스(유로 2016 준우승), 스페인(유로 2008, 2010년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 우승), 이탈리아(2006년 독일월드컵 우승)가 잘 나갈 때 리그 덕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러시아월드컵은 달랐다. 

▲ 토트넘의 케인과 맨시티의 스톤스(왼쪽부터). 소속 팀에서는 서로 골을 넣고 막아야 하는 상대지만, 명장 밑에서 성장하면서 대표 팀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연합뉴스/AP

◆무리뉴, 과르디올라, 클롭, 포체티노, 콘테…명장 대결 속에 잉글랜드 선수들도 성장

2017-18시즌 EPL은 세계적인 명장의 전술 전쟁이었다. 주제 무리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제프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위르겐 클롭(리버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토트넘 홋스퍼), 안토니오 콘테(첼시)가 벌이는 전술 싸움에서 피터지게 싸운 선수들도 덩달아 성장했다.  

이번 잉글랜드 축구 대표 팀 주전 11명을 보면 조던 픽포드(에버턴)와 해리 머과이어(레스터시티)를 제외하고, 해리 케인, 델레 알리, 키어런 트리피어(이하 토트넘)), 라힘 스털링, 존 스톤스, 카일 워커(이하 맨시티), 애슐리 영, 제시 린가드(이하 맨유), 조던 헨더슨(리버풀)이 매 경기 명장 밑에서 훈련하고 경기하면서 전술적으로 기량면에서 성장해 이번 월드컵에 참가했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축구 대표 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잉글랜드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포백을 버렸다. 유명세 있는 선수를 선발하긴 보다는, 리그에서 주축으로 뛰고 헌신하며 뛰는 린가드와 머과이어 같은 선수를 선발로 기용했다. 동시에 스리백을 도입했다. 

잉글랜드의 3-5-2 포메이션을 보면, 수비 전형은 맨시티와 유사하고, 전체적인 미드필더와 공격 방식은 토트넘의 향기가 난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에서 황금기를 이룬 스페인이 바르셀로나의 주축 선수와 전술을 그대로 들고와 황금기를 이룬 것처럼 잉글랜드는 EPL 명장의 전술을 압착하고 반영해 팀을 꾸렸다. 모여서 훈련할 시간이 적은 대표 팀엔 이상적인 방식이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1970년의 어린 감독으로 유연하다. 잉글랜드는 미디어와 딱딱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사우스게이트는 권위를 내려 놓고 언론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선수들의 심리를 편하게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이런 유연성이 잉글랜드 부흥의 기본적인 틀을 만든 셈이다. 

▲ 공중전엔 머과이어가 있었다. ⓒ연합뉴스/AP
▲ 잉글랜드 4강행의 숨은 조력자 사우스게이트 감독

◆세트피스 장인 잉글랜드, 득점의 73%가 세트피스 

득점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세트피스는 강팀이건 약팀이건 동일한 조건으로 주어지는 득점 기회다. 잉글랜드 스쿼드가 월드컵을 압도할 만한 구성은 아니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선 때론 잠그고, 기회를 보며 세트피스 득점을 노려야 할 때도 있다. 

스웨덴은 잉글랜드보다 공격적이지 않지만, 수비가 강력한 팀이다. 선제 실점하면 위험하다. 내려선 팀을 상대론 세트피스가 포문을 여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답답했던 경기력의 잉글랜드가 만든 스웨덴전 선제골도 세트피스였다. 

잉글랜드는 조별리그 케인의 페널티킥(3골)을 비롯해 총 11골 중 8골을 세트피스로 기록했다. 세트피스 득점이 득점 비율의 무려 73%다. 1번 타깃 머과이어를 비롯해 센터백 스톤스도 머리로 2골을 넣었다. 

'세트피스 장인' 잉글랜드의 숨은 공로자는 사우스게이트 감독이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평소 '공부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는 선수들의 유기적임 움직임과 약속된 플레이를 위해 평소 미국프로미식축구(NFL)와 미국프로농구(NBA)을 꾸준히 시청했고, 힌트를 얻었다. 

잉글랜드가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이후 첫 우승을 노린다. 불가능은 아니다. 지금같은 유연한 전술적 토대를 바탕으로 세트피스에서 힘을 발휘하면 준결승, 결승전 상대가 누구라도 결과를 낼 가능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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