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는 7회 희생플라이로 메이저리그 첫 타점을 기록했다. 밥 멜빈 감독은 왼손투수 마쓰이 유키를 상대한 이 타석에 주목했다.
▲ 이정후는 7회 희생플라이로 메이저리그 첫 타점을 기록했다. 밥 멜빈 감독은 왼손투수 마쓰이 유키를 상대한 이 타석에 주목했다.
▲ 27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데뷔전 세 번째 타석에서 메이저리그 첫 안타를 터트렸다.
▲ 27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데뷔전 세 번째 타석에서 메이저리그 첫 안타를 터트렸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까다로운 왼손투수 상대로 희생플라이를 쳤다…첫 경기부터 생산적이었다." 

이정후가 마침내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르며 27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이자 12번째 야수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데뷔전부터 안타에 타점까지 나왔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밥 멜빈 감독은 4-6 패배에도 이정후의 데뷔전 활약을 호평했다. 

이정후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경기에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첫 타석에서 3구 삼진을 당했지만 세 번째 타석에서는 안타를 쳤고, 네 번째 타석에서는 희생플라이로 첫 타점을 기록했다. 4타석 3타수 1안타 1삼진 1타점으로 데뷔전을 마쳤다. 

1번타자 중견수는 멜빈 감독이 이정후를 만나보기도 전에 계획한 그 타순 그 포지션이다. 이정후는 시범경기 내내 1번 중견수를 도맡아 타율 0.343, 출루율 0.425, 장타율 0.486에 2루타 1개와 홈런 1개, 5타점과 5볼넷 2도루를 기록하며 연착륙을 예고했고, 데뷔전에서 기대대로 첫 안타를 터트렸다. 

경기 후 밥 멜빈 감독은 "이정후는 까다로운 왼손투수를 상대로 우리에게 리드를 안기는 중요한 희생플라이를 쳤다. 그걸로 우리에게 7회 리드를 안겨줬다. 첫 경기부터 생산적인 경기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마쓰이 유키를 상대로 희생플라이를 친 그 장면을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언급한 것이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한 순간부터 호감을 표시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제대로 상대해 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도 1번타자 기용을 못박았다. 스프링캠프를 치르면서는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라는 팀과 도시에 보인 애정도 확인했다. 

샌프란시스코 홈구장 오라클파크가 있는 '베이에이리어' 출신인 멜빈 감독은 이정후의 스프링캠프 적응기를 다룬 구단 다큐멘터리에서 "이정후는 우리의 중요한 목표였다. 많은 팀들이 관심을 가질 거로 생각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를 원했고 이 도시를 원했다. 다른 팀에서 온 선수답지 않게 처음부터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일원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즐거워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
▲ 이정후는 두 번째 타석에서 시속 100마일 강한 타구를 날렸지만 1루수 직선타가 됐다.
▲ 이정후는 두 번째 타석에서 시속 100마일 강한 타구를 날렸지만 1루수 직선타가 됐다.

이정후는 첫 두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지만 기어코 데뷔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경기 후반 동점 상황에서는 3-2로 역전하는 타점까지 올렸다. 멜빈 감독은 이 순간을 유심히 봤다.  

삼진을 잘 당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강점을 가진 이정후인데 메이저리그에서의 데뷔 타석은 삼진 아웃이었다. 첫 타자로 경기를 맞이한 이정후는 샌디에이고 선발 다르빗슈 유의 초구 95마일 포심 패스트볼에 방망이를 돌려봤지만 파울을 쳤고, 2구째 74마일 커브는 그냥 지켜봤다. 이어 3구 한 가운데 95마일 패스트볼을 놓쳤다. 서서 삼진으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시작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타점 기회를 얻었다. 선두타자 콘포토, 1사 후 아메드가 징검다리 2루타를 터트리면서 샌프란시스코가 선취점을 얻었다. 이정후는 1사 2루에서 두 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이번에는 다르빗슈의 첫 3구가 모두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빠졌다. 이정후가 4구와 5구를 지켜보면서 풀카운트가 됐고, 6구째 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시속 100.4마일(161.5㎞) 빠른 타구를 만들었으나 1루수 정면으로 향하며 직선타가 됐다. 

▲ 샌프란시스코 이정후는 시범경기 내내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 샌프란시스코 이정후는 시범경기 내내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SNS

이정후는 세 번째 타석인 5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드디어 데뷔 첫 안타를 신고했다. 볼카운트 3-1 유리한 카운트에서 존 안으로 들어온 5구 슬라이더를 지켜봤고, 다르빗슈의 6구 높은 투심 패스트볼을 중견수 쪽으로 날려보냈다. 시속 99.9마일(160.7㎞) 강한 타구가 이번에는 안타로 이어졌다. 이정후의 역사적인 첫걸음이다. 단 이정후는 이어진 에스트라다의 타석에서 견제에 걸려 아웃됐다. 

7회 네 번째 타석에서는 일본인 투수 마쓰이를 상대로 역전 타점을 올렸다. 샌프란시스코는 7회 에스트라다와 콘포토의 연속 안타, 베일리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 기회를 잡았다. 9번타자 아메드가 유격수 김하성의 다이빙캐치를 피해 빠져나가는 1타점 적시타를 기록했다. 점수 2-2에서 샌디에이고의 네 번째 투수 마쓰이가 등판했다. 

이정후는 초구에 방망이를 돌렸지만 파울팁이 됐다. 2구 슬라이더를 지켜보며 볼카운트 0-2로 몰렸다. 3구와 4구를 골라내고 5구째 높은 공을 중견수에게 보냈다. 3루에 있던 콘포토가 홈을 밟았다. 2루주자 아메드가 런다운 플레이에 걸리면서 추가점 없이 샌프란시스코의 7회초 공격이 끝났다. 이정후는 4타석 3타수 1안타 1타점으로 데뷔전을 마쳤다. 

샌프란시스코는 선발 웹의 6이닝 2실점 퀄리티스타트에도 불펜 난조로 첫 경기를 내줬다. 루크 잭슨이 아웃카운트 없이 3실점하며 패전을 안았다. 라이언 워커가 1이닝 1실점했고 에릭 밀러가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는 이정후에 대해 “그는 매우 잘 단련된 선수이고, 배럴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재주가 있다. 그는 번개처럼 빠른 손을 가지고 있다. 그는 빠르고 좋은 운동선수이며 경기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활약을 장담했다. ⓒ연합뉴스/AP통신
▲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는 이정후에 대해 “그는 매우 잘 단련된 선수이고, 배럴 타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재주가 있다. 그는 번개처럼 빠른 손을 가지고 있다. 그는 빠르고 좋은 운동선수이며 경기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활약을 장담했다. ⓒ연합뉴스/AP통신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29일 경기 게임노트에서 이정후를 "외야수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리드오프이자 중견수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다. 25살인 이정후는 KBO리그 넥센/키움 히어로즈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낸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고 소개했다. 또 "이정후는 시범경기부터 뛰어났다. 타율 0.343, 출루율 0.425, 장타율 0.486에 2루타 1개와 홈런 1개, 5타점과 5볼넷 2도루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김하성과의 인연도 소개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는 다이아몬드를 건너 히어로즈에서 오랫동안 친구이자 동료였던 샌디에이고 내야수 김하성을 상대한다. 두 사람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함께 뛰었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이정후가 한국인 메이저리거라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경기 중 SNS에 하이라이트 순간을 올리면서 이정후의 영상에는 꼭 한글로 설명을 달았다. 이정후의 첫 안타에는 "이정후 개인 첫 안타", 첫 타점에는 "메이저리그 첫 타점"이라고 썼다.

한편 이정후는 27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됐다. 1994년 4월 9일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LA 다저스 소속으로 한국인 최초 빅리거 역사를 장식했다.

1998년 조진호(당시 보스턴), 1999년 김병현(당시 애리조나), 2000년 이상훈과 2001년 김선우(당시 보스턴), 2002년 봉중근(당시 애틀랜타), 2002년 서재응(당시 메츠)까지 투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이어진 가운데 2002년 9월 4일 최희섭이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입고 첫 한국인 야수 빅리거가 됐다. 이정후는 27번째이자 야수로는 12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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