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혁(오른쪽)은 24일 대전 넥센전을 앞두고 2군으로 내려갔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미국정형외과학회(AAOS)는 팔꿈치를 90도로 들어 무언가를 던지는 운동선수들은 팔꿈치 부상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투수가 대표적이다. 반복해서 많이 던지면 심각한 부상을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AAOS에 따르면 팔꿈치 부상에 대한 최선의 치료법은 예방이다. 구속을 줄이거나 투구 수 관리도 방법이다. AAOS 그람스태드 박사는 "(공을 던질 때) 팔꿈치에 반복적이거나 일시적인 통증을 느낀다면 즉시 휴식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1990년대 들어 '라루사리즘' 아래 투수 분업화가 자리 잡은 메이저리그는 투수들의 팔꿈치 보호를 위해 등판 간격과 투구 수를 철저하게 지킨다. 맷 하비(뉴욕 메츠), 호세 페르난데스(마이애미),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등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투수들이 대표적이다. 지난해까지 워싱턴 감독을 맡았던 맷 윌리엄스는 중간 투수들의 투구 이닝을 1이닝으로 제한했다.

한화 왼손 투수 권혁은 24일 대전 넥센전을 앞두고 왼쪽 팔꿈치에 통증을 느껴 2군으로 내려갔다. 한화 구단에 따르면 열흘 정도 상태를 지켜본 뒤 복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권혁은 2002년 삼성에서 데뷔한 이래 줄곧 중간 투수로 뛰었다. 시속 150km에 이르는 빠른 공을 바탕으로 왼손 스페셜리스트에서 필승조로 성장해 삼성 투수 왕국 일원으로 이름을 날렸다. 2015년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총액 32억 원에 계약해 새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권혁은 등판할 때마다 호투해 김성근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그러자 등판 간격이 짧아졌다. 투구 수가 늘어났다. 2015년 시즌에 112이닝을 책임졌다. 리그에서 33번째로 많았다. 직전 세 시즌을 더한 120⅓이닝과 차이가 크지 않았다.

올 시즌에는 팀 주축 투수들이 하나둘 이탈하면서 부담이 더 커졌다. 호출하면 마운드에 올랐다. 1회부터 몸을 푸는 일도 잦았다. 연투가 18회, 3일 연투는 5회나 된다. 22일 1군에서 말소되기 전까지 66경기에서 95⅓이닝을 던졌다. 출장 횟수는 리그 1위, 이닝은 불펜 투수 가운데 팀 동료 송창식(97⅔이닝)에 이어 리그 2위다.

▲ 권혁(오른쪽)은 24일 대전 넥센전을 앞두고 2군으로 내려갔다. ⓒ한희재 기자
김 감독은 권혁에 대한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때마다 "지난해와 다르다. 요령이 생겼다. 지난해에는 패스트볼 위주였다면 올해엔 변화구를 섞는다. 그래서 더 많이 던질 수 있게 됐다"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권혁 역시 체력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전혀 힘들지 않다. 내 나름대로 요령을 터득했다"며 "팀이 원할 때마다 언제든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하지만 AAOS등 의학인들이 말한 대로 '많은 공을', '반복해서' 던진 권혁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팔꿈치에 탈이 났다.

김 감독은 최근 어깨 부상이 알려진 오른손 투수 김민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혹사의 기준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투수는 팀이 필요로 하면 나가는 보직이다"고 23일 말했다.

최근 2년 사이 유난히 많은 한화 투수들이 1군과 2군을 오갔다. 배영수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간 안영명은 지난달 수술대에 올라 이번 시즌을 끝냈다. 송은범 윤규진은 한두 차례씩 공을 내려놓았다. 장민재도 마찬가지다. 권혁이 끝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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